이십 대 후반이 되고, 친구들과 술 한잔할 때마다 하던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른다. 부모님께 잘 하자.' 그런데 그런 일이 제 부모님께 생길 줄 저는 알았을까요.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 학문을 탐구하는 마지막 시기이자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가장 바빠야 할 시기에, 부모님의 30주년 결혼기념일 새벽 한 시에, 아버지는 뇌출혈로 생사에 갈림길에 서 계셨습니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은 법정 공휴일이었고, 저는 늦잠을 잘 생각으로 새벽까지 자소서를 쓰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일찍 잠에서 깼고, 새벽 동안 생긴 어머니의 부재중 전화 세 통과 문자 한 통을 본 뒤, 안암에서 바로 분당 서울대병원까지 내려갔네요. 삼 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는 글을 쓰고 있는 제 옆에서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고 계십니다. 비록 예전처럼 일을 하시거나, 예전처럼 기운이 넘치시진 않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네요. 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가 기록해 놓았던 내용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많은 팁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구급차에 가고자 하는 병원 꼭 말할 것
응급상황이라면 골든타임 내에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서 처치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심한 뇌졸중 (뇌출혈 및 뇌졸중)의 경우 개두술 또는 관 삽입 등 머리에 칼을 대는 것은 불가피하기에, 처치 실력이 좋은 병원을 가는 것 또한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의 케이스는 구급차 직원이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이송을 하려 했으나, 어머니께서 특정 병원 (분당 서울대)으로 요청을 하셨고, 이게 아버지의 회복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집 근처 특정 특화병원을 잘 숙지하시고, 응급상황 발생 시 꼭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중환자실 병문안 관련. 무조건 청결해라. 무조건. 제발 무조건.
저는 위해 미생물을 전공하였데, 여러 종류의 감염성 미생물에 대해 공부하게 되어 남들보다 이런 부분에 민감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천공 배액술 (뇌에 관을 삽입하여 출혈로 발생한 피를 빼내는 시술)을 하신 뒤 중환자실에 약 2주 정도 계셨는데요, 교회 인기스타 권사님이신 아버지에게 많은 교회 분들께서 병문안 면회를 오셨었습니다^^.... 물론 감사하지만, 저는 많이 불안했어요. 중환자실 면회는 하루 두 번 (오전 및 저녁) 30분씩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 이전 기준입니다). 저는 학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모든 면회를 참여하진 못했고, 제 전공적인 문제로 인해 면회를 최소화하려 했으며, 면회를 위하여 온몸에 병적인 소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면회객들이 제대로 된 손 세척도 하지 않는 걸 너무 많이 봤고, 그 때문일까요, 아버지는 세균 감염 (Enterobacter aerogenes로 기억)으로 인해 열이 떨어지지 않아 두 번째 천공 배액술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면회객들 정말.. 정말 원망 많이 했어요. 중환자실 환자들은 말 그대로 중환자입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으므로 정말로, 정말 조심하셔야 돼요. 회복되기 위한 간절한 마음은 감사드립니다만, 제발 청결해주세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이동. 이제부터 시작이다.
저희 아버지는 두 번의 관 삽입술의 영향으로 중환자실에 한 달 동안 계셨습니다. 보통 뇌질환 환자의 경우 중환자실 체류는 길어야 2주인데, 아버지의 경우 많이 길어지셨죠. 가족의 심적인 피로도가 높아져서였을까요, 일반병실 이동에 대한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몰랐고, 준비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의 이동은 정말 갑작스럽게 진행됩니다. 아버지가 계셨던 분당 서울대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 집중치료실 → 일반 병실의 순서로 이동하셨고,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실 이동은 목요일 오후에, 집중치료실에서 일반병실 이동은 토요일 새벽에 진행됐습니다. 집중치료실에서는 상주하는 간호사분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시기에 크게 하실 건 없습니다. 다만 이 시기에, 상주 간호사분들께 최대한 많이 배워두세요. 일반병실로 이동하게 되면 간병인이 하거나, 본인이 직접 다 하셔야 할 일들입니다. 꼭 최대한 많이 배워두시고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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